신용회복경험담

2025.07.30 14:25

고급차가 가져다준 허상, 그리고 새로운 시작

  •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.07.30 14:2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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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입부: "멋있어 보이고 싶었다"

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20대 중반쯤이었습니다. 처음엔 수입이 들쑥날쑥했지만, 몇몇 게임회사와 안정적인 계약을 맺으면서 한동안 꽤 괜찮은 수입을 올렸죠. 연 수입이 6천만 원을 넘기던 시기도 있었어요. 그 시절, 일도 잘 풀리고 사람들 만나는 자리도 늘어나면서 ‘멋져 보이고 싶다’는 욕심이 들었습니다. 그래서 무리해서 고급 외제차를 리스하게 됐습니다.

처음엔 리스비 월 90만 원 정도도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. ‘디자인 일 하는 사람이 이 정도는 타야지’라는 생각도 있었고요. 그 차를 타고 나가면 스스로가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.



 

전개: 리스비, 유지비, 그리고 점점 무너진 통장 잔고

하지만 일이 언제나 잘 풀릴 수는 없었습니다. 코로나 이후로 클라이언트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었고, 한 번 밀린 리스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.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. 차량 보험료, 정비비, 유류비 같은 유지비도 만만치 않았어요. 특히 한 번 사고가 났을 땐 자차 보험처리 후 다음 해 보험료가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.

버티기 위해 카드 돌려막기를 시작했고, 생활비마저 카드로 쓰게 되면서 결국 카드 연체까지 이어졌습니다. 리스회사 한 곳과 카드사 두 곳에 총 5,500만 원가량의 채무가 쌓였습니다. 일도, 체력도, 정신도 모두 소진되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.




위기: 벼랑 끝에서 마주한 현실

결정적인 계기는 카드대금 연체로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하면서 일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 일이었습니다. 게임회사 쪽에서 "계약 연장 불가" 통보를 받았을 때,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했어요. 이후로 두 달 정도는 정말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습니다. 가족에게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고, 친구들에게도 ‘괜찮다’는 말만 반복했죠.

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‘개인회생 제도’에 대한 영상을 보고 처음으로 상담을 신청해봤습니다. 처음 상담받을 땐 너무 부끄럽고 두려웠어요. ‘이런 제도를 이용한다는 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 같아서’ 죄책감도 컸죠. 하지만 상담사 분이 “당신은 범죄자가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경제적 약자”라는 말을 해주셔서 그날 밤 정말 오랜만에 울었습니다.




 

해결: 복잡한 절차보다 더 어려웠던 건 나 자신과의 싸움

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인가를 받기까지는 약 4개월이 걸렸습니다. 처음엔 서류 준비도 까다롭고, 월 소득 증빙도 어려웠지만,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외주 계약 몇 건을 바탕으로 꾸준한 수입을 증명할 수 있었어요.

법원은 매달 28만 원씩 3년간 갚는 변제계획을 인가해주었습니다. 5,500만 원 중 1,000만 원가량을 변제하고, 나머지는 면책되는 구조였죠.

그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생활비였습니다. 외식도, 친구들과의 모임도 끊고 철저히 절약하며 살았습니다. 법원 출석 당시 판사님이 “성실하게 임하신다면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”라고 말씀해주신 것도 큰 위로가 됐습니다.




 

결말: 다시 그린 내 삶의 밑그림

지금은 개인회생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. 매달 빠짐없이 변제금을 납부 중이고, 아직 1년 반 남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습니다. 삶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뀌었어요. 더 이상 외적인 ‘멋’보다는 내 일에 대한 자부심과 경제적 자립이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.

현재는 중소 게임사와의 장기 프로젝트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 중이고, 공공기관 일러스트 공모에도 도전하고 있어요. 미래에는 나처럼 젊고 무모했던 프리랜서들에게 재정 교육이나 현실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강연도 해보고 싶습니다.

혹시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면, 제발 너무 오래 혼자 끌어안지 마세요. 개인회생은 패배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제도입니다. 늦었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이, 사실 가장 빠른 시점일지도 모릅니다.

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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